테스트-구남단1

먼저 준비된 터와 기초를 이용하는 지혜

구남단1
작성자
서기
작성일
2004.01.04
1.꼭 같은 터 위에, 꼭 같은 목적으로, 꼭 같은 건축물을 짓는다면!

한 사람이 역사에 없던 큰일을 해보겠다고 웅대한 뜻을 가지고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할 때, 그 사람의 의지나 실력이나 자본 등을 따져보기 전에 먼저 그에게 그 일을 해야 할 일인지, 또는 하되 지금 당장 해야 하는 일인지, 이런 근본적인 질문을 먼저 해 보도록 권하게 됩니다.

지금 문명과 완전히 차단된 지리산 어느 시골에 탁월한 청년이 이 산봉우리에서 저 산봉우리로 바로 건너 뛸 수 있다면 좋겠다는 아이디어가 갑자기 떠올라서 헬리콥터를 발명하겠다는 복안을 가지게 되었다면?

우리는 그에게 우선 그 사람보다 앞서 그런 기계를 만든 사람이 이미 있었는지, 또는 그런 기술이 이미 존재하고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하게 됩니다. 대개 그런 기막힌 아이디어와 그 아이디어를 실현할 수 있는 실력을 갖춘 사람들은 객관성이라는 것이 없기 때문에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오로지 골짝에 숨어서 생각했던 그 도구를 만드는 데만 전념하게 됩니다.

문화인의 지혜는, 그런 아이디어가 있을 때 우선 자기가 참고해야 하는 앞선 자료가 있는지, 그런 길을 먼저 걸어간 선진 세력이 있는지를 서둘러 살펴보게 됩니다. 만일 자기가 구상한 것을 훨씬 앞서 만든 사람이 있다면 일단 존재한 것을 연구하고 살펴서 자기가 집중해야 할 분야나 방향이 어느 단계이며 어떤 성질이라야 하는지를 생각하게 됩니다.


2.신앙의 걸음을 비유하기를 터를 닦고 기초를 세우고 집을 건축하는 것으로 가르쳤습니다.

고전3:10에서, '내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를 따라 내가 지혜로운 건축자와 같이 터를 닦아 두매 다른이가 그 위에 세우나 그러나 각각 어떻게 그 위에 세우기를 조심할찌니라'고 했습니다.

한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터 닦는 수고를 시키고, 그 다음 사람에게는 그 위에 기둥을 세우다가 자기 평생이 다 가도록 인도하십니다. 그리고 그 다음 사람은 지붕을 완성하고, 그 다음 시대는 칸막이를 만들고, 후세대는 내부 미장과 편의시설을 제작하는 일이 있습니다.

하나님께서 큰 역사를 일으킬 때는 여러 사람과 여러 시대를 동원하는 수가 있습니다. 반드시 큰 역사는 많은 사람과 많은 시대를 사용하는 법은 아니지만, 그런 경우도 있습니다. 루터가 1천년 철옹성으로 유지되던 천주교의 철문을 깨뜨리자, 불과 20여년 뒤에 나타난 칼빈이 루터가 포크레인으로 닦아 둔 터 위에 하늘을 향해 치솟는 마천루의 기둥 골격을 세워버렸습니다. 칼빈의 평생이 투자되었습니다.

만일 칼빈의 다음 세대 제자들이 바로 건설구원으로 이어 나갔다면 얼마나 좋았겠는가! 이것이 늘 이곳의 아쉬움이고 이 면 때문에 이곳은 천하에 많은 교회와 교파가 있으나 이곳이 이어가는 이 걸음을 반드시 살펴봐야 할 의의가 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3.총공회를 벗어나서 새로운 터를 닦아 역사에 큰 이름을 남기겠다는 분이 있었습니다.

1988년 2월 14일 사직동교회 송목사님이 총공회 신앙노선을 탈퇴하겠다고 선포를 하게 됩니다. 총공회가 너무 부패하고 타락하여 이제 새로운 교회 건설에 나서겠다고 대내외에 선포를 하였고 심지어 신문에까지 공고를 하기도 했습니다. 한국교회사에서는 흔히 이런 몇 가지 소식을 접하게 되면 그 속 내부 진행은 일일이 듣고 볼 것도 없이 공식적으로 오가는 발표와 현장의 충돌들을 예상 할 수 있습니다.

나가는 측에서는 ‘하나님의 영원한 뜻’이 동원되고, ‘진리 노선’ ‘신앙 자유’ 등 여러 구호들이 등장하는데, 이런 일을 처음 겪는 이들은 자기들이 무슨 출애굽 역사에 주인공이 된 줄로 착각도 하고 또 루터처럼 종교개혁가로 역사에 기억될 것이라며 사진을 찍고 난리들입니다. 그리고 자신들은 유구한 역사와 전통을 이어갈 투사들이기 때문에 어떤 죄를 지어도 죄로 성립도 되지 않는 줄 생각하여 서슴없이 거침없이 일을 내버립니다.

사실 신앙걸음이라는 것은 하나님께서 인도하시고 우리는 따라가는 것이므로 순종의 걸음이라는 절대 원칙이 적용됩니다. 순종의 걸음은 하나님께서 밀어내기 전에 스스로 자기 발로 튀쳐 나가는 일을 하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또 다른 송목사님이 즐겨 인용하는 표현대로 ‘무리에게서 스스로 나뉘는 자’가 되며 이는 잠18:1에서 금한 일입니다. 틀린 일에는 동참하지 않고 잘못된 명령에는 순종하지 못합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지도부가 축출하게 됩니다. 쫓아내면 쫓겨 나오면 나오지 자기 발로 걸어 나오지는 않는 것이 순종을 아는 사람입니다.

자기가 개척해서 자기가 첫 시조가 되고 자기의 이름을 드러내야 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신앙원칙은 가장 견디기 어렵습니다. 처음은 견디지만 결국 제 발로 튀쳐 나가게 되어 있습니다. 나갈 때는 위에서 잠깐 예를 든 것처럼 역사에 수도 없이 써먹던 낡고 낡은 구호들을 다 동원하게 됩니다. 다 동원해 봐야 한 마디로 요약하면, 제 나라를 건설하기 위해 짖는 소리일 뿐입니다. 제 왕국을 건설하기 위한 호객행위입니다.


4.사직동교회 송목사님에게 사랑과 경고를 함께 담은 백목사님의 말씀 하나를 소개합니다.

지난 2003년 12월 교역자회에서 재독 중 잠깐 나온 말씀인데, 오늘 혼동의 시대를 사는 우리에게 가슴에 비수를 꽂는 좌우에 날선 검이었습니다. 수십 년 동안 터를 닦았고 남들이 건물 완공을 하는데도 여전히 기초다짐에 모든 시간과 자본을 다 투자하여 이제 막 지상으로 그 모습이 드러나기 시작했던 ‘총공회 신앙노선’은 주님 오실 때까지 지상 교회가 더 이상 재개발을 한다고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할 필요가 없을 신앙노선이라는 것이 이곳의 판단입니다.

백목사님은 한국교회 최고 노란 자위 같은 교단을 통째로 삼켜 교계 모든 거물급 목회자들이 부러워 할 자기 성공을 성취할 수 있었으나 이를 단호히 거부하고 주님 오실 때까지 말세 교회가 걸어갈 길을 마련하느라고 여생을 십자가로 걸었습니다. 교회사적으로는 2천년 교회역사의 정통 전통노선을 가장 중앙으로 이어냈고, 그 나아갈 길은 현 시대로서는 언제 그 끝이 보일지 예측도 할 수 없습니다. 자신은 주님처럼 완전히 제물로 바쳐졌고 이 시대를 향하여 전달될 것은 선지자로서 다 전했습니다. 그 결과 칼빈 이후를 바로 잇고 나갈 신앙노선이라고 평가할 건설이 있었습니다. 그 건설이 어느 정도로 진행되었는지는 좀더 역사가 지나가 봐야 알겠지만, 확실한 것은 그 터와 그 기초와 그 뼈대만큼은 주님 재림 때까지 지상 교회 전부를 감당할 정도라고 생각됩니다. 물론 식구 숫자와 취향에 따라 칸막이를 어떻게 하고 실내장식과 가구를 어떻게 하는지는 입주할 가정들이 알아서 결정해야 하기 때문에 그런 문제까지 첫 건축 때 백목사님이 목회하던 서부교회 식으로 통일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1988년 사직동교회 송목사님은 백목사님이 자기 시대에 자기가 해야 할 부분을 평생 노력해서 거의 그 작업이 끝나던 시점에 지금까지 백목사님이 작업해 둔 것은 하나도 쓰지 못할 폐품이고 버릴 것이라 하여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장소를 옮겨 터잡업도 새로 하고 기초도 새로 해야 한다며 그 교인들과 몇몇 교역자들을 설득하고 있었습니다. 그런 행동을 이곳 기준에서는 선동이라고 합니다. 사취 또는 편취의 의사를 가진 것이라고 비판합니다.

1988년 4월 5일 화요일 새벽기도, 백목사님의 설교 내용을 잠깐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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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송용석목사님에게 부탁하기를 그 송용조목사님도 하나님이 붙들고 무엇
을 하시려고 하시기는 하시는데, 나도 (고신에서) 나와 봐도 그렇고, 나와서
해 봐도 별것 없습니다. 개혁을 해 봐도 또 부패해지고 개혁해 봐도 부패해지
고 자꾸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모든 사람들이 탑을 쌓을 때에 기초만 쌓고 또 한 기초 위에 돌 한
두 개 놓다가 그만 끝납니다. 어떤 사람은 한 중간쯤 가다가 끝나 버립니다.
어떤 사람도 탑을 쌓되 탑을 끝까지 쌓아서 준공한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습
니다.

이 건설은 주님에게 있기 때문에 인간이 해 봐도 항상 하다가 중간에 끝나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미 우리가 이렇게 총공회라는 터를 쌓아 놨으니까 이 위에
서 더 개혁해 가지고서 올라가게 되는 것이 그것이 아마 더 슬기로운 일이요
수익이 있고 주님을 더 기쁘시게 역사하는 일이 될 터이니까 그런 말 좀 전해
주십시오 라고 전화로 그 동생 송용석목사님에게 전달을 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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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이 말씀을 소개하는 또 하나의 뜻은, 백목사님 사후 가장 큰 암적 요소 때문입니다.

누구라고 따로 지칭하지는 못하겠습니다. 그것은 누구에게나 정도차이이지 다 있을 것이기 때문에 남의 눈에 티끌만 보게 되는 죄를 지을까 해서 그렇습니다. 누구라고 이름을 거명하지 않고 어떤 운동이라고 구체적으로 비판만 하지 않는다면, 그리고 위에서 말씀한 원칙만 두고 재독을 한다면, 이는 이 글을 적는 본인에게도 해당되고 동시에 모든 사람에게도 해당될 것입니다.

만일 같은 터 위에 같은 기초를 쌓고 같은 목적으로 같은 건축물을 쌓아 나가는 사람들이 남이 먼저 터를 닦고 기초를 쌓았다고 해서 그 위에 계속 자기들의 힘을 보태면 먼저 터를 닦은 사람의 명성만 높아질 것이고 그것은 남 좋은 일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여 옳은 것이라고 해도 남이 한 것이면 불도저로 밀어버리고 구태여 처음부터 자기 이름으로 자기가 착수하여 자기 명예로 남을 일을 건설한다면, 이는 위에서 소개한 백목사님의 지도를 다시 한번 새겨야 할 것입니다.

옳은 것, 바른 것, 좋은 것, 복음에 유익된 것은 누가 해도 주님의 것이니 얼른 베끼고 본받고 그 일에 앞서 수고한 사람께 감사하고, 내가 수고하여 글자 틀린 것을 발견해서 더 좋은 수정본을 만들어 그 첫 수고 한 사람의 공로를 더 빛내는 것을 우리 민족은 타고난 민족성에서부터 극히 싫어하는 단점이 있습니다. 남이 해 놓은 것은 옳고 좋아도 꼭 돌아가야 하고 모른 척해야 하고 흠을 잡아야 하고 심지어 지뢰를 묻어 폭파를 시켜야 하는 이 심보가 있습니다.

정권도 바뀔 때마다 앞 사람이 해놓은 것을 잘 살려 나갈 의사는 애당초부터 없고 모조리 갈아엎어버리고 자기부터 새로 시작하여 후대에 자기부터가 한국사의 시작이라고 하고 싶은 모양입니다. 정권자들만 그런 것이 아니고 우리 전부가 다 그렇다고 생각됩니다. 총공회 신앙노선은 그 초기부터 앞 사람이 먼저 한 것을 최대한 살리고 후에 자기가 보충하고 새롭게 한 것은 그 먼저 한 사람의 공으로 돌리고 자기는 숨는 것을 가르쳤습니다. 남달리 이 면을 많이 배웠기 때문에 만일 배운 것의 10분의 1, 100분의 1이라도 써먹는다면, 오늘 우리의 모습이 서로가 이렇지는 않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구체적으로 어떤 면들이 그러했는지를 두고 따져 볼 마음이 없고 다만 원리로만 이 면을 적습니다. 교역자회 재독 중에서 잠깐 지나간 내용이지만, 이런 내용 하나를 듣고 나면 한 개혁가가 평생 노력해서 이루어 놓은 것을 남들은 대단히 공로가 많았다고 하는데 실은 그가 한 일은 전부 자기 위한 자기 중심의 자기 건설이었다고 그 시각이 바뀔 수 있습니다.

바로 이런 면의 가르침 때문에 이곳은, 아직도 이 시대는 백목사님의 교훈기록을 과거기록으로 상대할 수 없고 이 시대에 진행 중인 현실을 지도하는 교훈으로 상대하여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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