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구남단2

참 부러운, 그러나 아쉬운 아이 하나

구남단2
작성자
서기
작성일
2007.05.27
어제 오후 늦게 병원을 갔습니다.
기다리다가
홈에 급하게 확인할 것이 있어
병원 지하 저 쪽에 자연스럽게 잘 감추어져 있는 공간에 유료 PC 3대를 발견했습니다.

30대 청년 한 사람이 제일 왼 쪽을 사용하고 있고
중앙과 오른 쪽이 비어 있어 오른 쪽에 앉았습니다.
곧 이어 1-2학년 되어 보이는 아이 하나가 가운데 와서 동전을 넣고 게임을 합니다.

이 아이는 컴퓨터로 다가오면서부터 반갑게 무슨 말을 하고
또 게임을 하는 동안 내내 큰 소리로 마치 아주 친한 친구와 대화를 하듯 난리였습니다.
몇 번이나 옆을 돌아봐야 했습니다.
기계끼리 너무 가까이 붙어 있었기 때문에 옆 사람과 함께 온 사람의 공간 사용에 불편이 없는가 살펴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때마다 혼자 그렇게 신이 나서 떠들고 있었습니다.
컴퓨터 중독이라는 말을 실감있게 바로 접해 본 것이 처음이었습니다.


저는
동전이 없어 천 원 지폐를 넣고 15분 정도 사용하니까 35분 쯤 남았습니다.
막 그때 옆에 아이와 비슷한 또래 아이 하나가 다가와서 친구 곁에 서 있었습니다.

아직 35분이나 시간이 남아 있는데 기계는 환전이 안 되고
제가 그냥 떠나면 그 아이는 공짜로 사용하게 될 것이어서 그 아이 양심이 걸렸습니다.
이왕 게임을 할 아이인데 남의 돈을 허락없이 사용할 것이니
남의 돈을 사용하는 양심이라도 어긋나지 않게 해 주자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얘야! 여기 35분 남았다. 하고 싶으면 해라.'
'안 해요.'

말을 잘 못 들었는가 싶어 다시 한번 같은 말을 했습니다.

'엄마가 게임은 하지 말라 했어요...'



한번 더 확실하게 또박또박 말을 하는 그 아이를 쳐다보며
너무 기특하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속으로 감탄과 탄식만 했습니다.

아이의 천진난만한 표정에서
부모가 매로만 다스려 그렇게 만든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습니다
부모가 차분하게 잘 설명했고 아이는 잘 알아 듣고 그대로 자기를 자연스럽게 조절하는 내면이 그대로 드러나고 있었습니다. 친구 게임하는 것을 옆에서 쳐다 보는 정도에 스스로 넘어가지 않을 선을 그어두고 있었습니다. 공짜로 할 수 있는 기회가 이렇게 주어져도 그 어린 것이 넉넉한 마음으로 아무 흔들림 없이 아주 평정의 마음 상태에서 컴퓨터를 자기로부터 띄워두고 있었습니다.


아!
저렇게 귀한 아이가!
저렇게 부러운 아이가!
저런 아이가 우리 교회 주일학생이라면!
저런 학생이라면 이 말씀으로 마음 껏 길러보았으면!



제가 목회하는 교회 아이들은
거의 컴퓨터 게임을 멀리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이 소리 없는 전쟁을 하거나
냉전 시대 휴전선의 최전방 관측소처럼 늘 긴장한 상태로 백 년 전쟁을 하듯 하고 있고
그렇게 해서라도 아이들을 장악하여 길러가도록 제가 지도를 하고 있는데...

하나님께서 은혜 주셔서
저 아이처럼 저런 자세 저런 마음 하나만 넣어주시면
저렇게 세상 모든 아이가 다 빠져 죽는 저 게임의 바다를
유유하게 발 아래 밟게 되는데!



세상 욕심 같아서는
유괴를 해서라도 길러보고 싶은 충동이 생길 정도였으나

그 순간
하나님께서는
왜 제게 그런 아이의 모습을 보여만 주시고 그냥 가도록 하셨는지!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저렇게 귀한 인물
저런 최고급 극상품 인재라 해도
저 아이에게 앞날 평생 입력되고 저 아이가 자기 지식으로 가지고 걸어갈
저 아이의 인생길은 어떤 길일까?



안 믿는 아이라면, 그 길이 지옥일 것이고...
믿는 아이라면, 그 아이가 속하고 배워 자기 길로 삼을 그 신앙 노선일 것이니...



그 아이는
전혀 모르는 아이입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그 아이는 출생과 성장 과정에서 엄청난 복을 받았습니다.
그렇지만 그 아이가 이후 신앙의 노선에서만 받을 수 있는 복은 어찌 될지 모릅니다.

이 세상에서
희귀하다 할 정도의 큰 복을 받았다 해도
그 아이의 평생 신앙길에서 받아야 할 천국 준비의 복은 완전히 반대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출생과 성장 과정에서는 아주 험하고 비참할 정도의 아이가
평생 신앙길에서 받아야 할 천국 준비의 복은 상상도 못할 만큼 크게 받는 경우도
있을 수 있습니다.




참 부러웠습니다.
그러나 속으로는 참으로 아쉬웠습니다.
저 복되고 귀한 아이의 앞날에
천국은 어떤 모습으로 준비되고 진행이 되어질까?

하나님께서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것이며
저렇게 복되게 귀한 인물도 하나님께서 주지 않으면 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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