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스트-구남단2

나무의 지상과 지하 세계 - 태풍을 중심으로

구남단2
작성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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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2012.08.28
1. 태풍

- 남해안 태풍
오랜 만에 큰 태풍이 제대로 이 곳을 칩니다. 지난 주부터 예사롭지 않게 세력을 키워 나가는 태풍 이야기가 사전에 예고 되었고, 예고대로 오늘 큰 태풍이 이 곳을 쓸고 갔습니다. 우리 나라에 오는 태풍은 남해안 중앙인 여수로 상륙을 해서 남해안을 수평으로 쓸며 부산이나 울산으로 나가는 경우와 이 번처럼 목포 앞을 지나고 인천 쪽에서 북한을 통과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이 번 태풍은 서해안 경우고 역사적으로는 1959년의 사라호 태풍과 2003년의 매미 태풍이 최악인데 한결같이 남해안을 통과했습니다.

개인적으로 20대 초반에 3 년 정도 기상 방면을 맡았던 적이 있었습니다. 당시 하늘을 보는 시야를 좀 가질 수 있었습니다. 이후 늘 이 쪽은 한 번 알던 분야여서 들리는 소식이 그냥 흘러 가지 않고 전문 지식 비슷하게 쌓여 온 면이 있습니다.

여수로 와서 남해안을 쓸고 가는 태풍은 이 곳에 위협적입니다. 지붕이 날라 가고 유리창이 깨지며 집안이 엉망이 됩니다. 가로수가 뽑혀 나가고 대형 선박들이 파도 밑으로 들어 갔다 나오는 장관이 예사로 목격 됩니다. 부산은 바다가 넓고 깊으며 초대형 배들이 많아서 대단한 구경거리입니다. 여수는 시골이어서 그냥 쓸고 가 버립니다. 목포를 통해 올라 가는 서해안 태풍은 그 성격상 피해가 좀 덜합니다. 대신 서울 수도권을 쓸고 가기 때문에 중앙의 관심과 언론의 발표만 놓고 보면 굉장한 듯하나 실제는 남해안에 비할 정도는 아닙니다.

- 공격의 과정
태풍은 비바람이 함께 몰려 오는데 비 피해보다는 바람 피해가 특별하기 때문에 바람만 강조하여 이름을 만들었습니다. 바람의 피해는 순간적으로 치는 바람의 피해는 거의 없습니다. 태풍은 대개 하루 정도만 피해를 주는데 그 타격의 과정을 살펴 보면 태풍의 중심이 도착하기 전에 먼저 몇 시간 동안 선제 상륙한 바람이 줄기 차게 모든 것을 흔들어 빈 틈을 찾습니다. 바람이기 때문에 망치처럼 한 번에 쳐서 날리지는 못하나 그 대신 아무리 작은 못 구멍 하나라도 빈 틈을 빼 놓는 경우는 없습니다. 조금만 빈 틈이 있거나 또는 느슨한 곳이 있으면 태풍의 중심부가 도착하기 전에 먼저 온 선발대가 몇 시간 동안 계속 흔들어 놓아 그 빈 틈을 넓히고 느슨한 곳을 충분히 벌려 놓습니다. 그리고 나서 본진이 닥치면 앞에서 꾸준히 흔들어서 준비한 곳을 먼저 날리고 이어서 차례로 날려 버립니다.

이 때 비는 땅처럼 여문 곳을 먼저 도착해서 무르게 만들어 놓습니다. 이 과정에서 나무까지 뿌리가 뽑히고 또는 산사태에 나무 전체가 밑으로 쓸려 가기도 합니다. 사실 태풍이 아니라 나무 이야기를 통해 우리 신앙을 살펴 봤으면 합니다.



2. 나무의 지상과 지하 세계

- 나무
나무는 땅 위에서 경관과 열매와 산소 공급과 약재는 물론 바람과 물을 막는 등 그 필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런데 나무는 땅 위에 부분과 밑에 부분으로 나눌 때 밑에서는 받쳐만 주고 나무의 모든 영광과 역할과 대우는 모두 지상 부분에서 맡습니다.

아무리 먼 곳에서도 볼 수 있는 아름다움, 무성한 잎사귀, 시원한 나무 그늘, 신선한 공기를 제공하고, 목재로도 사용 되며, 그 열매가 주는 기쁨, 그 꽃으로 천하를 화사하게 만들고 분위기를 주도하는 이 모든 것이 나무의 역할입니다. 그런데 나무의 절반은 땅 위에서 부귀 영화를 다 누리나 나머지 절반은 보고 싶어도 볼 수도 없는 지하에서 오로지 생사를 건 투쟁만 합니다. 인체의 대장처럼 방광처럼 온갖 더럽고 힘든 일은 온 몸으로 다 받아 해결하는데 알아 주거나 봐 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오히려 냄새 난다고 주인조차 꼭꼭 묻어 둡니다. 대화를 해도 그 부분은 입에 잘 담지 않고 피하려 합니다.


- 지상과 지하의 균형
나무 중에서 땅 위에 있는 부분이 으시 대고 꽃과 열매로 주인을 상대할 때 뿌리는 그들에게 필요한 영양을 공급하기 위해 보급 투쟁에 나섭니다. 가지와 잎사귀들이 좀 더 유리하도록 위를 향하게 옆으로 뻗어 나가게 되면 땅 밑에서는 지상부의 입장을 떠 받쳐 주기 위해 뿌리들이 옆으로 밑으로 뻗어 가면서 버티기를 해 줍니다. 한 편으로는 이 번처럼 태풍이 불 때를 준비하여 극단적인 경우라도 지상부를 잡기 위해 뿌리는 모든 조처를 다합니다.

우선 나무 뿌리는 굵은 뿌리 몇 갈래가 사방으로 뻗으면서 지상부를 받칩니다. 이 굵은 뿌리에서는 다시 작은 뿌리가 뻗고 마지막으로는 실뿌리들이 머리카락처럼 사방에 깔립니다. 실뿌리가 보급 투쟁을 해서 빨아 들인 것을 잔 뿌리와 굵은 뿌리를 통해 위로 올리는 역할도 하지만 이 뿌리들의 구조는 넘어 지지 않도록 땅 밑에 밧줄을 사방으로 매 둡니다. 보통 굵은 뿌리가 바람으로부터 나무를 버티는 보루라고 생각하는데 그 굵은 뿌리의 주변에 있는 잔뿌리가 굵은 뿌리를 잡아 주고 그 잔뿌리는 실뿌리들이 잡아 주어 버티는 것입니다.

사람의 머리카락은 너무 약하지만 수백 만 개의 머리카락을 한 손에 틀어 쥐고 들면 사람 전체가 번쩍 들립니다. 이 것처럼 천지 만엽의 나무에 부는 바람의 모든 압력 전부에도 불구하고 땅 밑에서는 실뿌리가 잔뿌리를 잡아 주고 그 잔뿌리들이 좀 굵은 뿌리를 그리고 더 굵은 뿌리가 대목 뿌리를 단단히 사방에서 거미줄처럼 붙들어 주고 있기 때문에 이 번처럼 이런 강한 태풍에도 나무들은 설렁설렁 흔들리며 바람만 쐬고 맙니다.


- 태풍을 맞는 나무의 상하 관계
천하를 쓸고 가는 태풍에도 불구하고 그 여린 나무와 풀들은 전부 버팁니다. 우선 나무의 잎사귀들은 강하지 않고 연하게 만들어 졌습니다. 강하면 잎은 찢어 지거나 날라 갈 터인데 흔들릴 수 있게 해 두었기 때문에 바람의 방향에 따라 잎을 젖히고 있어 실제로 잎사귀를 직접 때리는 바람은 견딜 만합니다. 예전에 도로의 간판은 모두 단단하게 만들어 태풍에 맞서게 했습니다. 요즘은 신호등이고 안내판의 기둥은 태풍이 불면 나무처럼 약간 휘청거리게 해 두었고 안내판은 아예 고리로 연결해서 바람에 펄럭입니다. 약한 바람은 약간 흔들리다 말고 태풍에는 센 바람을 따라 누워 버립니다. 6천 년을 연구해서 발전한 것이 잎사귀와 나무 둥치를 따라 흉내 낸 것입니다.

이렇게까지 잘 만들어 놓은 잎사귀지만 나무의 가지와 잎사귀는 천지만엽이라는 말처럼 무수하기 때문에 태풍이 그 나무 전체를 쥐고 흔들면 그 인력의 총량은 엄청 날 수밖에 없습니다. 1 톤 차량으로 20 cm 굵기의 나무를 쳐 보면 나무 껍질만 조금 벗겨 지는 정도입니다. 그러나 태풍이 불면 직경 1 m 되는 나무 둥치가 흔들립니다. 그리고 뿌리가 버텨 주지 못하면 통째로 뽑힙니다. 바람은 약하지만 숫자가 많고, 바람은 약하지만 계속해서 불기 때문에 그 억센 나무라 해도 그 나무의 둥치가 문제가 아니라 그 나무의 번성한 가지와 잎사귀에 걸리는 인력이 합하면 나무를 절단 내 버립니다.

밑바탕이 따라 가지 않고, 기초와 저변이 버텨 주지 않는 사람이 남 보기에 벼락 부자가 되거나 출세를 하거나 남 눈에 돋 보이게 확 커나가는 모습을 모두들 부러워합니다. 노력은 적게 했으나 인물이 잘 나서 갑자기 스타가 되었고 누구 눈에 들어 좋은 인생을 사는 경우를 말합니다. 목회자가 기도와 성경과 하나님 동행의 고난의 세월은 일천하나 인물과 언변과 학벌과 섭외력이 좋아서 좋은 곳에 초청을 받거나 아니면 수 많은 이들이 환호하고 모여 들게 되면 교계에서도 모두가 부러워 줄줄 따라 다닙니다. 후배들은 그런 선배를 흉내 내려고 그들의 저서는 불티처럼 팔리고 그들의 성공 비법은 집중 연구 되고 복사판이 휩쓸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무의 땅 위 부분은 있고 나무의 땅 밑 부분은 가려 있기도 하고 잊어 버렸기도 하고 때로는 무시하고 진행 됩니다.

나무는 위와 밑이 나란히 갑니다. 위에서 가지와 잎사귀가 필요한 만큼 밑에서는 잔뿌리와 실뿌리가 뻗어 가면서 균형을 맞춥니다. 그런데 면밀히 살피면 뿌리 쪽이 먼저 자리를 잡고 버틴 다음에 잎이 움직입니다. 먹고, 먹은 만큼 일하는 것이지, 먹지 않고 일부터 하면 먹는 것이 뒤에 따라 가는 법은 업습니다. 그 간격이 조금 떨어 지면 죽어 버립니다. 나무는 이렇게 하는데, 사람은 공부나 학벌이나 취직이나 결혼이나 사업이나 국가 경영이나 그 어떤 것이라도 머리 회전이 비상하여 자기 밑 바닥은 보이지 않고 겉으로 뻗는 데만 정신이 없습니다.

아무리 태풍이 분다 해도 지상에 나온 모든 모습과 위치와 역할은 이미 땅 밑에서 든든하게 받쳐 주고 있는 뿌리의 구조와 준비 때문에 나무는 든든히 버팁니다. 나무의 숫자가 얼마나 많은데 태풍에 뽑힌 나무의 숫자와 비교를 하면 계산할 필요도 없을 정도입니다. 가끔 가로수가 뽑힌 소식이 나오는데 이런 경우는 예외 없이 도로와 도시 건설 과정에서 건축물과 전체 경관을 위해 큰 돈을 주고 큰 나무들을 포크레인이 옮겨다가 심은 경우입니다. 이런 나무의 뿌리는 큰 뿌리도 짧게 잘려 나갔고 그 뿌리를 잡아 주는 잔뿌리 실뿌리가 부실합니다. 그런데도 겉 모습이 멋지니 이런 나무는 태풍에 속수무책입니다. 우선 좀 보기가 안스럽다 해도 작은 것을 심고 길러서 키우면 그런 일이 없습니다.

신앙 생활에, 교회 운영에, 한 노선의 가는 길에서 우리는 우선 당장 마주 치는 일들이 많습니다. 선교사도 파송해야 하고, 곳곳에 빈 강단에 목회자도 보내야 합니다. 여러 가지 할 일이 많습니다. 모두가 필요하고 귀한 일입니다. 문제는 우리의 눈에 땅 위에 급한 것은 보이나 땅 밑에 급한 것은 간과 됩니다. 바로 그 빈 틈이 태풍이라는 환란이 닥칠 때 한 교단이 쓰러 지고 천하에 든든해 보이던 교회가 주저 앉는 이유입니다. 서부교회의 경우는 지도자의 이어 지는 면에서 하나님께서 연결을 끊어 두어 생긴 일입니다만 순복음교회를 비롯하여 우리 나라와 세계 곳곳에 대부분의 대형교회들은 바로 태풍을 앞 둔 나무의 준비와 같은 상식적이고 초보적인 준비가 없어 생긴 일들입니다.

어떻게 쉽게 평가할 수 있는가? 그 교회들의 성장 과정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성경이 없고 교리가 빈약하며 때로는 진리를 양보하고 타협도 하며, 그리고 예배당의 겉은 화려하고 교인들을 끌려고 설교를 미장원에 보내고 성형수술을 하고 필요하면 설교 속에 교리라는 뼈대가 먹는 데 거슬린다고 다 추려 내 버리고 성장한 것입니다. 미국 LA의 오렌지 카운디 교회는 1970년대 초반부터 이미 알고 있었고 국내의 대형 교회들은 함께 살았기 때문에 아는 일입니다. 그들 스스로 자랑스럽게 공개를 했으니 모를 수도 없었습니다. 잔뿌리 실뿌리 굵은 뿌리는 전부 묻어 버리고 잘라 버린 상태, 모양은 좋으나 바람이 불거나 태풍이 오면 통째로 쓰러 질 신세입니다.

개인의 신앙도 그렇습니다. 결혼도 그렇습니다. 개인의 한 사업체나 직장도 그렇습니다. 대학을 진학하는 모습도 그런 경우를 허다하게 봅니다. 태풍을 통해 우리의 지난 날의 모습을 살피고 싶습니다. 태풍이 불 때 나무의 가지를 끈으로 묶는 그런 준비는 참으로 불쌍한 모습입니다. 제대로 잘 길러 놓았다면 나무는 그냥 태풍에 그대로 맞서게 하면 됩니다. 꺾이고 부러 지고 날아 가는 가지와 잎사귀들도 많으나 그런 부분은 태풍으로 인해 저절로 전지해야 할 부분들이 대청소가 되는 것이니 공짜로 덕을 보는 것입니다.

- 태풍의 나무 쓰러뜨리기
제법 뿌리가 잘 뻗고 받쳐 주는 나무라 해도, 태풍에 앞 서 먼저 비가 와서 땅을 적셔 놓습니다. 그렇게 되면 윤활유가 되어 땅과 뿌리 사이가 뽑힐 때 유리합니다. 그리고 태풍이 나무의 드러 난 위를 계속 흔들어 놓습니다. 꾸준하게 그렇게 하면 위로 뻗은 만큼 바람을 맞아야 하고 바람으로 인해 땅 밑에서는 뿌리들이 미세하게 흔들릴 수 있습니다. 만일 조금이라도 흔들리기 시작하는 곳이 있다면 하루 종일 쉬지 않고 꾸준히 좌우로 사방으로 돌아 들며 흔드는 바람에 의해 미세한 틈이 생길 수 있습니다. 생기면 그 부분은 그 다음 계속 되는 바람에 더 벌어 집니다. 결국은 쓰러 지는 데 이릅니다.

평소 우리의 신앙의 기초가 든든하게 자리를 잡아야 하되 어느 정도일까? 어떤 바람이 불어도, 그 바람의 한 번이 아니라 그 바람이 하루 종일을 불어도, 그 바람이 평생을 분다 해도 자기에게 속한 신앙의 가장 밑바탕에 실뿌리들이 흔들리면 잔뿌리가 흔들리고 이어서 큰 뿌리조차 흔들립니다. 그래서 평소 설교 시간의 말씀 한 마디 한 마디를 두고 성경에 교리에 현실에 실제 어떻게 되는지를 반복적으로 깊게 살펴야만 평소의 신앙이 환란의 신앙에서도 이어 지게 됩니다.

또한 큰 뿌리가 처음부터 제대로 잘 버텨 주면 잔뿌리들에게 직접 가는 영향을 이기는 데 참으로 큰 도움이 됩니다. 삼위일체와 신인양성일위의 교리처럼 역사 2천 년에 손 꼽는 교리들은 평소 교회를 다니는데는 필요한 이유를 모를 교리들입니다. 그러나 태풍처럼 큰 환란이 불면 그 때서야 왜 중심 교리가 필요한 지 알게 됩니다. 주님의 자존, 주님의 영원, 주님의 전지와 전능, 예정과 개별 주권 섭리.... 그 교리 하나 하나가 모두 우리 신앙의 큰 뿌리들입니다. 한 교리만 잘 잡아도 천하의 환란을 사실 이길 수 있습니다.



태풍을 겪으며 신앙의 내면을 살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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