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단에서

오늘, 이 노선에서 본 현실

성탄을 계명으로 지켰던 두 분 - 말라위 지도자, 사직동교회 선배

작성자
담당
작성일
2020.12.25
성탄절이 되면 늘 기억 나는 두 일이 있다.


한 분은 고등학교 선배로 1976년 사직동교회를 함께 다녔다.
불편한 다리로 부산에서 서울까지 걸어 갔고 동아일보에 찾아 가서 언론 보도를 요구했던 분이다. 넘치는 패기와 노력으로 자리를 잡고 사는 분이라 하늘처럼 보였다. 언제나 넘치는 정, 챙기는 사랑, 용기를 가지게 만드는 분이었다. 특수 용접을 배워 수입이 좋았다. 주일을 빠지지 않는 분인데 성탄을 앞 두고 주일에 보이지 않아서 건강을 걱정했다. 성탄 때 뵐 수 있었고 여전했다. 주일 안부를 여쭸다. '어! 성탄을 지키려고 지난 주일에 일을 했지.' 너무 자연스럽고 당당했다. 나는 공회 안에서 자랐기 때문에 성탄은 그냥 행사고 주일은 목숨을 걸고 지켜야 하는 계명인 줄 알았다. 한 교회에 함께 다녀도 막상 한 문제를 두고 서로가 이렇게 달랐다.




말라위 목사님과 성탄절은 1985년 12월 25일, 기숙사였다.
하루 8시간씩 일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있어서 돈이 되는 자리면 항상 부탁을 했는데, 기숙사에 살면서 캠퍼스 눈 치우는 트랙터를 맡은 분이 성탄절에 폭설이 예고가 되었고 자기는 성탄절 행사 때문에 곤란한데 대신 해 줄 수 있느냐고 물었다. 외국인 학생은 시간당 $3.5인 최저 임금을 받았고 시민권자인 미국 학생들의 수당은 좋았다. 흔쾌히 하였다. 눈이 엄청 쌓이는 날 눈 치우는 트랙터로 그 넓은 캠퍼스를 휩쓸고 다니는 것은 여러 면에서 추억에 남는 일이었다. 저녁 식사 때 식당에 모인 신학생들 사이에서 'Mr. Lee가 오늘 성탄절을 지키지 않고 일을 해서 돈을 벌었다'는 말이 돌았다. 50대였던 말라위 목사님이 아주 굳은 얼굴로 나를 불렀다. 자네는 오늘 성탄절을 범한 죄를 지었다는 것이다.

그 분은 자기가 축도하지 않으면 말라위에서는 대통령 취임이 되지 않는다며 자부심을 가진 분이다. 그 분께 성경에 주일은 계명이지만 성탄절은 읽어 본 적이 없다고 했다. 그 분은 성경을 펼치며 찾기 시작했다. 둘러 싼 주변 학생들은 당연히 호기심으로 또 저 쪽을 편들며 기다렸다. 두세 곳을 뒤지는 그 목사님께 '목사님, 성경에 성탄절이라는 단어도 비슷한 내용도 아예 없으니 포기하시지요'라고 웃으며 만류를 했다. 영어는 그 분들이 잘 하지만 성경은 제대로 읽지도 않았다는 분위기를 파악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성탄절은 믿는 사람에게 주일보다 훨씬 중요하다. 바로 이 점이 이 시대와 이 교계와 오늘 교회의 수준이며 신앙의 상태다. 정권이 교회만 콕 찍어서 못을 박고 있다. 넓은 면으로 외적 면으로 보면 괘씸하기 그지 없다. 그러나 교회 스스로 주일과 예배를 선택 사항으로 오랜 세월 주변에 보여 줘 왔다. 평양대부흥 100주년이라 하여 상암경기장에 한국의 대표 교회들, 보수 정통의 중심 교회들이 다 모였었다. 그 날이 주일이다. 예배당에 가도 되고, 경기장에 가도 되고, 광화문에 데모 하러도 온다. 그들에게 교회와 예배는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되는 것임을 세상에게 보여 준 것이다.

성탄절이 없어 져 오랜 만에 참 개운하다. 속이 시원하다. 백 목사님 가신 뒤 서부교회조차 8월 집회를 마치고 나면 5개월에 걸쳐 성탄 행사를 위해 오케스트라를 준비한다고 교회가 무슨 음악 학원처럼 운영이 되어 왔다. 공회 교회들조차 연극에 각종 콴타타?로 예배를 유린했다. 알아서 정비하지 않으면 느부갓네살을 불러다 성전을 대청소할 수도 있다. 그 느부갓네살을 렘25:9에서 하나님은 친히 나의 종이라고 했다. 하나님의 종이 종 노릇을 포기하면 불신 세계를 불러다 하나님의 종들을 쓸어 내 버릴 수도 있다. 주님의 마음, 분위기, 방향을 읽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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