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단에서

오늘, 이 노선에서 본 현실

흙을 먹고 산다는 실증 - 식물을 중심으로

작성자
담당4
작성일
2020.11.23
옥상에 공간이 있어서 텃밭을 만들어 식물을 좀 키우고 있습니다. 작은 나무들과 꽃나무, 상추 배추 쑥갓 등 약간의 채소도 키웁니다. 옥상이라 대토를 못 하고 달리 거름을 주기도 어려워 음식물 쓰레기를 모아서 겨울에 땅에 묻어 거름으로 사용합니다. 요즘은 교회 식사가 없어 좀 줄었지만 음식 쓰레기가 제법 나오는데 하나도 버리지 않고 옥상에 올려 땅에 묻습니다. 가을에 떨어지는 낙엽도 제법 됩니다. 하나도 버리지 않고 땅에 전부 묻습니다.

1년 정도 되면 음식 쓰레기와 낙엽 등이 제일 큰 고무통으로 한 통 이상 됩니다. 그것을 전부 텃밭에 다 묻어버립니다. 수시로 묻기도 하고 늦가을에 한꺼번에 묻기도 합니다. 겨울 지나고 봄이 되면 묻은 음식 쓰레기들은 전부 흙이 되어 있습니다. 거름을 별도로 하지 않아도, 대토를 하지 않아도 흙은 옥토가 되어 있습니다.

당연하면서도 신기한 것은, 해마다 그 많은 분량의 거름(음식 쓰레기, 낙엽 등)을 계속 묻는데도 흙은 거의 늘어나지 않고 몇 년째 그대로라는 것입니다. 원래 있던 분량의 흙에 거름을 많이 하면 늘어나는 게 정상인데 늘어나지 않고 그대로입니다.

흙에 심은 식물이 자라면서 흙을 먹는 것입니다. 식물은 흙을 먹지 않고 흙 속의 수분과 영양분을 먹는데 실제로는 흙을 먹는 것입니다. 식물이 자라는 만큼 흙도 줄어듭니다. 거름을 계속 하니까 유지가 될 뿐입니다. 그 식물을 사람이 먹습니다. 결국 사람은 흙을 먹고 사는 것입니다. 흙으로 만들어진 인생이 먹는 것도 흙을 먹고 살며 마지막은 흙으로 돌아가는, 흙으로 지음 받아 흙 먹고 살다가 흙으로 돌아가는 인생, 하나님 없는 인생의 허무함을 옥상에 갈 때마다 자주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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