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단에서

오늘, 이 노선에서 본 우리의 신앙 현실

그래도 곳곳에 귀한 모습이 있어 감사하다

작성자
담당
작성일
2023.10.09
(참 감사한 소식을 하나 전해 들었다)
한 학교 학생이 시골이나 구도심에는 몇십 명인 경우가 허다하고, 몇백 명 정도의 학생을 가진 학교라면 요즘 견실하다. 가끔 1천 명 단위의 학교도 있을 듯하다. 그러나 1970년대까지의 운동회나 발표회는 마을과 그 주변 모든 주민의 동네 잔치가 되던 때와 지금은 아예 다르다. 그냥 지나 가는 행사다. 옛 모습을 겪어 본다면 자연계시로 알게 되는 것이 많은데 그런 면이 없어 아쉽다.

공회 교회 한 곳도 운동회나 교내 발표회를 한다 해도 의미가 없는 정도였는데 지자체가 6백여 명의 학생과 1백 명 이상의 교사나 학부모를 함께 모아 옛날식 운동회를 한다고 해서 좋은 경험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다녀 온 분의 말씀이 40여 곳이 함께 모였다고 한다. 행사 진행 중에 요즘 학생들이 좋아 하는 노래를 20여 가지 계속 틀어 놓고 사회자가 학생들이 자유롭게 춤을 추도록 열기를 돋구었다고 한다. 너무 어리거나 신체 장애가 있는 아이들 외에는 넓다란 무대에 모두가 올라 가서 요즘 화면에서 잘 나가는 별별 노래들에 맞춰 별별 춤을 추더라고 했다. 20여 가지 노래가 각각 다른 방식이어서 노래에 맞춰 흔드는 춤도 달라 진다고 한다. 모두가 다 요즘 아이들의 요즘 모습이었다고 한다.

그런데 공회 교회 학생들이 주로 다니는, 그래서 공회 학생들이 주류가 되어 있는 곳에서는 한 명도 올라 가지 않고 그냥 쳐다만 봤다고 한다. 초등학생들이고 그런 행사에 그런 기회를 미리 예상한 것은 아닌데, 그냥 평소의 분위기가 이 곳은 공부가 대세이고 놀아도 그런 식으로 놀아 본 적이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시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올라 가지 않았으며 인솔 교사도 이 곳의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자기는 당연히 올라 가서 함께 어울려야 하는데 자기 학생들과 가정 분위기 때문에 역시 그냥 슬그머니 빠지더라는 이야기다.

세상이 아무리 어떻게 돌아 가도, 교계가 거기 맞춰 함께 돌아 가고, 공회들의 교회들이 다 그렇게 된다 해도, 그래도 이 연구소가 운영하는 부공3에 속한 곳이라면 그리고 그 학생들이 공회의 일반적인 학생이라면 그런 분위기에 그렇게 함께 어울리지 않아서 개밥에 도토리처럼 되는 모습, 이 것이 좋은 것이 아닐까. 사회적으로도 교회적으로도 여러 참담한 이야기와 앞날이 암울한 이야기만 듣고 소망이라는 것을 거의 포기해야 하는 시대다. 또 현재 형편이다. 이런 소식 하나가 천군만마를 얻은 듯하게 만든다. 한 겨울에 꽃 한 송이를 발견한 옛날에 어떤 이야기처럼 반갑다. 초등학교를 이렇게 보낸 아이들이 20세 안팎이 되면 줄이어 결혼을 하던 것이 우리의 분위기였다. 그런데 지금 20대들은 어느 날 분위기가 달라 져 공회와 세상의 가운데 어디쯤에서 눈치를 보고 있다.

마음에 썩 드는 사람이 소개 되면 원래부터 순종했다면서 결혼에 나선다. 자기보다 훨씬 나은 사람이 아니라 비슷한 수준의 사람이 들어 오면 아예 거들떠 보지도 않는다. 누구도 다 그렇다. 그런데도 가끔 예전처럼 그냥 상대를 보지 않고 신앙 생활에 도움이 되면 결혼하는 이들도 있다. 이런 몇몇의 청년들 때문에 공회는 아직도 옛모습을 겨우 유지하고 있다. 수백 명의 아이들이 요즘 분위기에 휩싸여 몰아 가는데도 자연스럽게 그냥 구경만 하는 정도면 10대 초반까지는 근근히 공회의 원래 모습인 듯하다. 문제는 10대 후반이 아닐까. 이 나이가 되면 한결 같이 교회에 나오면 뭔가 무거운 얼굴이다. 그리고 20대가 되면 결혼 문제로 이어 진다. 20세 안팎에 결혼을 하는 정도는 그 동안의 과정에 전혀 상관없이 거의 다 교회의 주력으로 평생을 출발한다.




(1970년대까지는, 아이들이 아직은 아이들이었다)
백 목사님의 설교에 가끔 운동회 이야기가 나온다. 일제 때 시작 된 운동회의 달리기 중에는 일단 출발한 후 조금 뛰면 탁자가 있고 그 위에 접어 놓은 명단을 하나 집어 들고 그 사람을 찾아 함께 결승으로 달리는 방식도 있다. 명단에 적힌 사람은 교사든 마을 유지든 미리 정해 놓고 위치도 탁자 다음에 자리 잡게 한다. 종이로 만든 큰 공을 굴리거나, 매달아 놓은 종이를 모래 주머니를 던져 터트리면 색종이가 휘날리게 하는 것도 있다. 모두 일제 때 시작했다. 1970년대까지는 초등학교의 전국 행사는 일제 때부터 내려 오는 '건전' 놀이였다.


(1980년대를 지나며, 아이들에게 이성을 주입하고 있었다)
1980년대 후반을 지나면서 정치적으로는 민주화를 앞세운 반항 세력이 각종 언론에 사회 문제를 야기하며 소개가 되었고, 문학 방송 예술 학문 쪽에서는 군불을 떼며 분위기를 잡고 있었다. 교육 쪽에서는 아이들에게 개성과 자유와 행복을 준다면서 퇴폐적인 노래와 춤을 퍼트리고 있었다. 말하자면 초등학생의 교내 발표회 무대에서 성인용 댄스가 선보이기 시작했다. 조숙한 아이들은 어른 흉내를 냈고, 덩치만 컸지 아직 뭘 모르는 아이들은 그들에게 호기심과 군중 심리에 그냥 어울리면서 묘한 움싹을 내어밀고 있었다.

방송 쪽에서는 아슬아슬하게 아이들의 흔드는 것이 아동의 몸짓에서 사춘기의 몸짓으로 조기 진입하게 만들었고, 온갖 문화 예술 교육계가 그런 것을 아이들의 자유로 개성으로 행복으로 포장하며 물씬 확대 시키고 있었다. 중학생 정도의 덩치가 된 초등학교 6학년의 몇몇 학생들이 남녀가 어울려 70년대의 20대들이 좋아 하던 고고 댄스를 흉내 내고 80년대를 휩쓴 디스코 댄스로 바로 넘어 가는 정도였다. 대학생이야 성인이니 알아서 할 일이고 그들이 교사로 진입하며 그들끼리 밤에 어디 가서 노는 것이야 뭐라 하겠는가. 대낮에 초등학교의 교내 행사에 선진 프로그램의 이름으로 시연을 시키고, 이어 경연을 시키고, 그리고 한 순간에 서부교회와 맞붙은 초등학교까지 밀고 들어 왔다.

서부교회의 원래 분위기에서는 온 학교가 요동 쳐도 아이들이 소돔의 죄인들과 어울리지 못하듯 섞이지 않는 것이 정상이다. 그러나 부모의 눈이 미치지 않은 곳에서 그런 아이들이 학교의 행사라는 지붕 아래 어느 정도까지 갔는지는 당시 잘 알지 못한다. 아마 일부는 섞여서 그랬을 것이고 일부는 명확하게 거부했을 것이고, 일부는 뭐가 뭔지는 모르나 수줍든 그 어떤 체질상 함께 하지 않은 경우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타 교단 학생들은 이미 교회 안에서 여러 기회에 어느 정도 봐 왔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먼저 휩쓸렸거나 아예 주도했을 듯하다. 공회는 부모나 반사의 시야나 인식에 따라 막으려 들면 당시는 쉽게 막았을 것이고, 생각을 하지 않았다 해도 일반 학생들보다는 확실히 좀 뒤떨어 져 따라 가지 않았을까..

1990년 봄에 서부교회와 남정교회가 나뉘고 이후 교회들의 청소년 행사를 보면 짐작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교회에 오면 교인이고, 학교나 직장이나 사회 생활을 할 때는 건전하다는 말은 듣는다 해도 전체 흐름에는 어느 정도 맞추고 가는 것이 공회 학생들이나 교인들일 듯하다. 각 교회가 사이트를 통해 공개하는 것을 봐도 그렇고, 또 각 교회가 굳이 비공개로 유지하는 주요 이유 중에 하나가 교회 내에서 세상의 흐름을 그대로 받아 들이지는 않으나 건전하게 차용하는 것은 이 곳이 운영하는 공회가 아니면 이미 오랜 세월을 통해 앞서고 뒷서며 그렇게 진화가 되어 왔다. 결혼식의 모습은 감출 수 없이 속에 든 것을 드러 낸다. 또 평소의 만사를 통해 그냥 드러 나는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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