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단에서

오늘, 이 노선에서 본 우리의 신앙 현실

유아세례, 라헬이 훔쳐온 드라빔

작성자
연구1
작성일
2023.09.22
구역장님 중에 한 분이
권찰회에서 임종을 맞는 교인에게 세례를 부탁한 일이 있었다. 힘들게 전도했고 잘 믿고 가는데 막상 임종이 닥쳤지만 세례 때까지 생존이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공회는 매년 1월에 세례가 있다. 선교사들이 그렇게 하는 바람에 그냥 그렇게 하고 있다. 1백여 년을 하다 보니 왜 그렇게 했는지도 알겠고 그렇게 해야 하는 이유도 갈수록 잘 느껴진다. 우리와 다른 길을 걷는 곳은 세례부터 가을에 하는 등 다른 모습이 많아 지고 있다.



권찰회의 사회를 맡은 분이
유아세례란 천주교에서 5백 년 전에 교회가 재출발을 하며 빠져 나올 때 라헬의 드라빔처럼 몰래 훔쳐 나온 것이라고 했다. 듣고 보니 맞다. 밧단 아람의 라헬은 아버지 밑에 살던 그 곳 사람이며 그 곳의 미신에 자연스럽게 익어 왔다. 아버지 집에서 나오며 야곱은 외가며 처가니 자기 가족과 재산만 들고 나오면 된다. 따로 가져 올 것은 없었다. 더 가지고 오면 도둑질이다. 그러나 라헬은 아비 집에 사람이다. 그 곳에서 가장 소중한 미신 하나를 털치지 못해서 묻혀 나왔다. 아버지 라반은 훔친 도둑을 찾겠다고 난리였지만 라헬로서는 딱히 훔쳤다기 보다는 자기의 일부였다. 아버지 라반의 사람이면서 야곱의 사람이다. 아버지와 남편이 함께 살 때는 구분하지 않아도 되었으나 이제는 만사 끊고 취사선택을 해야 하는 순간이다.

그렇다면 하나님의 사람을 따라 아브라함이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 듯이 자기는 야곱을 따라 본토 친척 아비 집을 떠나는 마당이니 하나님의 사람을 따라 나서는 일에 가지고 가서는 안 될 것이 있다. 드라빔은 아버지의 것으로 두고 갔어야 했다. 그런데 그 곳에서 자랐고 익어 졌다. 드라빔은 눈에 보인다. 남편의 하나님은 볼 수가 없다. 여인으로서, 타향을 향해 출발하며, 뭔가를 지니고 가야 든든하다. 그 것이 종교들의 배경이다. 그래서 기독교를 배낀 종교가 아니면 또는 기독교에서 탈선하는 곳들은 뭔가 표시를 하나씩 만들어 품에 안고 산다. 하나님 없는 인간에게는 그 어떤 것이 있어야 든든해 진다.


천주교 1천 년, 지긋지긋했고 몸서리 칠 만한데도 종교 개혁이라는 표현까지 붙이며 새 출발을 하던 개신교, 우리 기독교, 우리의 교회가 천주교에 이름도 성당도 건축 형식도 미사도 온갖 것을 톨톨 떨어 먼지 하나까지 남기지 않고 천주교에 버려 놓고 나왔는데 드라빔 하나를 챙겨 온 라헬처럼 챙겨 온 것이 유아세례다. 성경에 없는 것은 전부 털어 낸다고 해놓고 유아세례는 뻔히 아닌 줄 알면서 가지고 나왔다. 오늘까지도 기승을 부린다. 노년에 믿었고 공회 기준의 세례에 부족하여 세월을 더 기다려야 하는 분들이 어느 날 임종이 닥치면 병석에서라도 따로 세례를 받고자 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 경우는 믿었던 표시만 확실하면 아무 것도 따지지 않고 공회는 세례를 따로 시행한다. 그런데 본인이나 가족이 먼저 말하지 않으면 굳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 그런데 유아세례적인 사상, 그런 배경, 그런 심리적인 문제가 있으면 꼭 원하게 되고 그럴 때는 거부하지 않는다.

다만, 이제 인생을 출발하는 아이에게는 그 부모가 세례부터 받아 교회에게 외상을 깔고 뒤에 갚겠다고 서약하는 무리를 하지 않도록 지도한다. 부모가 열심히 기도하고 가르쳐 그 아이가 믿겠다며 세례를 준비하고 받으면 되는데 부모가 미래를 약속하되 알 수 없는 앞 날을 하나님 앞에 삼위일체 이름으로 안수까지 받아 가며 단정을 해버리면, 그리고 훗날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어떻게 되는가? 이 글을 몇 줄 읽다 보면 이미 관련 성구들이 눈 앞에 무수히 펼쳐 질 듯 싶다. 구약은 물론 신약까지 맹세를 금한 것은 미래에 속한 결정을 인간이 단정하지 말라는 것이다. 신약 우리는 회사나 학교에 서약서를 적고 들어 간다. 전세나 매매를 할 때도 집 주인과 맹세를 한다. 그것도 금지하는 교회가 있으나 좀 지나쳤다. 우리는 다 한다. 다만 우리의 서약 금지는 그런 표현이나 인간의 사회적 계약을 금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님 앞에 나의 앞 날에 하나님만 결정할 일을 내가 단정해 버리는 사상을 금한다. 그런 사상이 담긴 맹세를 하게 하면 할 수가 없다. 국기에 대한 맹세, 군인의 맹세, 공무원의 서약, 간호사 의료인의 다짐은 모두 인간으로서 모두 무언의 제한 조건들이 있는 일부 약속이다.


왜 드라빔 수준의 유아세례가 개혁교회 안에 그토록 틀이 박혀 앉아 있을까? 5백 년 전에는 유아 사망이 많았다. 속속 죽어 나가는 자기의 피붙이가 세례를 받지 않고 죽으면 천국과 지옥을 두고 어떻게 될까? 불안할 수밖에 없다. 기본구원과 건설구원의 구원론이 명확해 지기 직전이었으니 유아세례만은 몰래 가지고 나온 것이다. 성경에 없는 것은 모두 버리고 왔다며? 유아세례를 두고 연구소 직원이 Covenant 신학교에서 열띤 토론을 했던 이야기를 우리는 평소 잘 알고 있다. 간략하게 말해서 구약의 할례가 신약의 세례라 한다. 난 지 8일만에 하니 유아세례의 근거라 한다. 그러면 유아세례도 8일째 해야겠지.. 그렇게 따지다 보면 결국 미신의 논리로나 버틸 수밖에 없다. 왜 그렇게 무리하게 유아세례를 가져 나왔을까? 안장에 깔고 앉아서 여성의 문제가 있다며 수색을 넘겼다. 유아세례의 논리를 듣다 보면 딱 그렇다. 그런 것 하나에 개혁주의라는 교회사의 보배이자 오늘 우리의 자랑스런 선친에게 큰 흠이 패였다. 구원론의 여명기에 미쳐 밝지 않은 상황에서, 어린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데 이 것들의 영생이 걱정이 되었다. 세례를 우습게 아는 것도 문제고, 유아세례에다 임종 때 세례가 없으면 지옥을 간다는 위기감을 느끼는 것도 좌우로 치우치지 말라 하신 신5:32의 경고를 다시 새겨 볼 대목이다.




추석이 다가 온다. 한국교회사에 그렇게 박해가 많았던 시절이다.
인민군의 점령 치하와 일제 말의 신사참배를 한국교회사가 늘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추석 때마다 전국의 교인 집집마다 겪었던 환란의 총량과 비교하면? 글쎄다. 공회만은 그 인고의 시절을 끝까지 견뎌 냈기 때문에 알고 있다. 공회 신앙의 기본은 온 집안이 추석의 제사 분위기에 목숨 걸고 버텼고 고형을 당했다. 이제는 연휴가 되어 추석의 분위기조차 없다. 부모가 죽으면 화장을 하는데 이 것은 유교 제사 풍습에서 극형에 처할 죄지만 누구 하나 이의하지 않는다. 며칠 전에 제사를 지내지 않는 가정이 전국민의 절반이 넘는다는 말이 있다. 절반이 아니라 그 이상이다. 간소화 하는 경우를 두고 제사를 지냈다고 하는데 그런 목례는 제사에 들어 가지 않는다. 제사가 묵념에 목례까지 희석이 되면 기독교 국가가 가신 분의 생애를 감사하는 마음으로 예표하는 것과 별로 다르지 않다.


이제는 죽은 부모 조상의 귀신 때문에 겪는 제사 대신, 유아 세례가 드라빔이 되고, 이제 그것마저 별 의미가 없어 지고 있다. 유아 세례를 받아야 할 아이를 아예 세상에 나오지 못하게 봉쇄를 해 버렸다. 오늘 우리가 싸울 귀신은 누구이며, 어떤 형태의 전쟁일까? 시시각각 달라 진다. 건설구원에 기능구원을 알지 못하면 이제 벌어 지는 전쟁은 감조차 잡지 못한다.
전체 1

  • 2023-09-25 15:19
    제목에 '레아가 훔쳐온 드라빔'으로 되었다는 독자의 지적이 있어 '라헬'로 수정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전체 950
번호 제목 작성자 작성일 추천 조회
공지
이용 ① 안내문 ② 취지 ③ 필명 ..
공지 | 담당 | 2018.04.11 | 추천 0 | 조회 3580
담당 2018.04.11 0 3580
13784
New UP 대구기도원의 매각, 교회마다 평균 5억원?
13784 | 공회원 | 2023.12.06
공회원 2023.12.06 0 17
13774
New UP 2100년대를 주신다면, 우리 공회는 누가 지키고 있을까
13774 | 목회 | 2023.12.05
목회 2023.12.05 0 46
13741
선교, 그 초기와 후기의 순행과 역행
13741 | 서기 | 2023.11.26
서기 2023.11.26 0 67
13754
밝은 이야기도 해 본다. 좋지 않은 것은 없다.
13754 | 목회 | 2023.11.29
목회 2023.11.29 0 102
13713
귀한 분의 유언적인 당부를 새기며 (1)
13713 | 담당2 | 2023.11.19
담당2 2023.11.19 0 176
13722
드물다 하지만, 여전히 우리 주변에는 7천이 늘 있는 듯하다 (1)
13722 | 연구 | 2023.11.21
연구 2023.11.21 0 132
13731
아 ~ 청량리교회! 어찌다 그렇게까지
13731 | 공회 | 2023.11.23
공회 2023.11.23 0 134
13732
은혜를 입은 뒤의 자세와 반응
13732 | 목회 | 2023.11.24
목회 2023.11.24 0 116
13736
처음 보는 사람이 섬기겠다며 나서는 경우
13736 | 목회 | 2023.11.25
목회 2023.11.25 0 122
13695
마지막 한 마디가, 이 노선!일 수 있다면
13695 | 연구 | 2023.11.14
연구 2023.11.14 0 148
13710
순교자 두 가정의 자녀들을 비교해 본다
13710 | 연구 | 2023.11.18
연구 2023.11.18 0 115
13711
해외 여행이 자유로운 때, 주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다.
13711 | 목회 | 2023.11.18
목회 2023.11.18 0 103
13635
목사님의 사후 대비 - 후임을 위한 저택 마련 (1)
13635 | 담당 | 2023.10.31
담당 2023.10.31 0 206
13647
모두에게 기회를 줬다. 비록 하나를 찍었다 해도
13647 | 연구1 | 2023.11.03
연구1 2023.11.03 0 156
13654
30년만에 안수.. 30년만에 집사 임명..
13654 | 목회1 | 2023.11.05
목회1 2023.11.05 0 171
13664
돌아 보는 공회병, 우리의 고질병.. 여전하다
13664 | 목회 | 2023.11.07
목회 2023.11.07 0 117
13669
서부교회 정원사가 신학 교수하겠다고 나선 경우 - 공회병..
13669 | 연구 | 2023.11.08
연구 2023.11.08 0 154
13675
현재 공회들은 89년 9월 이후 역주행으로 인한 정면 충돌의 결과
13675 | 공회 | 2023.11.09
공회 2023.11.09 0 129
13676
장로가 전도사 될 때의 호칭 - 1989년, 공회 분리는 필연이었다. (1)
13676 | 공회 | 2023.11.09
공회 2023.11.09 0 135
13603
먹구름이 몰려온다. 1945년의 재현을 염려한다.
13603 | 연구 | 2023.10.23
연구 2023.10.23 0 175
13604
은혜를 원수로 갚은 히스기야, 오늘 우리는? (1)
13604 | 목회1 | 2023.10.24
목회1 2023.10.24 0 150
13610
선교 140년, 이제는 한국선교의 아쉬운 부분도 이야기한다.
13610 | 연구 | 2023.10.25
연구 2023.10.25 0 106
13617
선교사들의 남녀 문제, 이 나라 교회와 사회는 감당하지 못했다.
13617 | 연구1 | 2023.10.26
연구1 2023.10.26 0 128
13623
선교사들은, 초기 강하게 가르쳤고 훗날에는 약화를 시켰다.
13623 | 연구1 | 2023.10.28
연구1 2023.10.28 0 100
13628
선교사들의 고국 현실과 한국의 선교 현장
13628 | 연구1 | 2023.10.30
연구1 2023.10.30 0 92
13629
선교는 선교사의 신앙을 넘지 못한다.
13629 | 연구1 | 2023.10.31
연구1 2023.10.31 0 100
13641
교회도 한번씩 십자가 죽창으로 나선다.
13641 | 연구 | 2023.11.02
연구 2023.11.02 0 97
13597
서울의 중심, 광화문의 3개 교회를 비교해 본다
13597 | 연구1 | 2023.10.20
연구1 2023.10.20 0 176
13599
교인의 수준이 낮아진다. 설교도 할 수 없이 따라 내려 간다.
13599 | 목회1 | 2023.10.22
목회1 2023.10.22 0 156
13625
신앙의 방향 설정, 그 노선 - 충현교회 70년사를 보며
13625 | 연구1 | 2023.10.29
연구1 2023.10.29 0 112
13580
장례식에 남은 마지막 지장물.. 위패
13580 | 담당 | 2023.10.15
담당 2023.10.15 0 145
13576
연구소 공회의 20개 역사와 현황
13576 | 연구 | 2023.10.13
연구 2023.10.13 0 179
13585
한 사람이 50년을 감당하면, 재림까지! (1)
13585 | 연구1` | 2023.10.17
연구1` 2023.10.17 0 164
13592
거울, 좋은 거울, 나를 더욱 만들어 간다.
13592 | 목회 | 2023.10.19
목회 2023.10.19 0 143
13571
모든 총회와 노회는 왜 하필 9월인가 (1)
13571 | 연구1 | 2023.10.12
연구1 2023.10.12 0 149
13550
소속의 형태, 공회를 중심으로
13550 | 연구1 | 2023.10.05
연구1 2023.10.05 0 177
13551
많은 풍랑 인하여 더욱 빨리 가는 길
13551 | 담당 | 2023.10.06
담당 2023.10.06 0 141
13556
길이 많고 빠르다. 그래서 아주 멀리 가버린다.
13556 | 연구1 | 2023.10.06
연구1 2023.10.06 0 133
13557
무리하지 말고, 그러나 충성은 하고.. 이미지
13557 | 직원 | 2023.10.07
직원 2023.10.07 0 174
13558
기준에 따라 성공이 실패 되고, 실패가 성공 된다
13558 | 담당 | 2023.10.08
담당 2023.10.08 0 123
13559
그래도 곳곳에 귀한 모습이 있어 감사하다
13559 | 담당 | 2023.10.09
담당 2023.10.09 0 142
13567
의인의 자손이 걸식하는 경우는 없다, 주남선 장례의 방향
13567 | 연구2 | 2023.10.11
연구2 2023.10.11 0 155
13548
한글 유감 - 한글은 고맙다, 한글학자는 밉다.
13548 | 담당 | 2023.10.05
담당 2023.10.05 0 131
13549
공회의 언어와 행동은 모두에게 어렵다. 나도 우리도 모두가 그렇다.
13549 | 연구3 | 2023.10.05
연구3 2023.10.05 0 132
13529
필요한 인원을 주셔서 참 감사하다. 기대하지 않았었다.
13529 | 연구1 | 2023.10.03
연구1 2023.10.03 0 192
13525
만사 좋지 않았다. 덕분에 만사가 좋았다. - 84년의 유학
13525 | 연구부 | 2023.09.30
연구부 2023.09.30 0 1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