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총공회 어느 목회자가 가질 수 있는 마음의 상념들
‘환자의 생명이 위험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 강한 자극을 빠르게 주어 치료하는 방법.신경과에서의 전격(電擊) 요법 따위. shock therapy’라고 국어사전은 충격요법을 설명하고 있다. 쉬운 말로 깊이 잠든 자, 실신한 자를 깨우고 정신 차리도록 자극하는 것도 아니겠는가.
교회생활에도 충격요법이 있다. 교역자가 교인에게, 교인이 교역자에게 하는 충격요법이 있다. 나는 교인생활 약 20년, 교역자생활 약 20년, 반 반 나누어 한 셈이다. 그래서 양쪽으로 받은 경험들이 많다.
어떤 분이 충격적인 말을 한 것을 읽어 보았다. 아무리 오래 목회하며 많은 깊이 있고 은혜롭다는 설교를 해도 마지막에 교인들의 머리 속에는 설교 말씀 하나 남지 않고 오직 그 교역자 어떤 사람이다 하는 인격과 인상만 남는다는 것이었다. 참말인 것 같다.
지난 주일 설교 말씀을 기억하느냐고 물으면 거의 기억 못한다. 그래도 할 말은 있다. 다 기억하고 있으면 목사가 무슨 필요있느냐? 잊어 먹어야 또 설교할 것이 있지 않느냐 반문하며 콩나물에 물줄 때 다 흘러 버리는 것 같아도 콩나물은 자란다고 하니 모두 도수나 단수가 나보다 높은 것 같다,
그래서 오래 기억나게 하는 것이 충격요법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교역자의 충격요법 중 하나는 반복 설교와 권면과 기도이다. 어느 교회의 아주 늙은 교인이 전임 교역자에 대해서 늘 한가지 설교만 하고 가셨다고 하길래 무슨 설교를 했느냐고 물었더니 사죄 칭의 화친 새생명 설교만 했다고 강조하는 것을 들은 적이 있다.
늙은 머리 속에 저렇게도 분명하게 남아 있도록 세뇌 교육을 시켰으니 얼마나 설교하고 기도했겠나, 참 목회를 잘하신 분이구나 생각해 보았다. 떠나올 때 나에게는 무슨 설교를 들었다 할까 궁금했다.
아주 오래 전에 어느 교역자는 새벽 설교 시작할 때마다 ‘모든 일마다, 소리마다 뜻이 있다’ 로 시작하신 것을 기억한다. 만사에 하나님의 뜻과 섭리가 있다는 것을 강조하는 말씀으로 이해된다.
어느 교역자는 대표 기도할 때마다 ‘모든 것이 부족하여’ 라고 시작한 것을 기억한다. 그래서인지 나도 부족한 종이란 말을 잘 쓴다. 반복하는 주입식 교육법이라 지루하지만 오래 남아 있는 것은 그런 것 뿐이니 효과적인 방법이 아니겠는가?
또 하나는 자존심을 심하게 자극하는 책망이나 권면이다 .옛 사람이 발동해서 폭발할 정도의 독설에 가까운 발언이다. 시어머니께 불효한다고 보였는지 젊은 며느리 보고 이 세상에서부터 저 세상까지 등에다 불효한 며느리라고 써 붙이고 다녀야 한다는 말이 기억난다. 주홍글씨 소설처럼 말이다.
또 맥추감사절이 가까워 오니 생각나는 것은 감사주일에 십일조나 감사헌금이 적게 나오니 어느 교역자가 우리 교회 집사들은 전부 도적놈 뿐이라고 한 것이다. 당시는 도적놈이 되니 옛 사람이 부글거렸어도 참말인 것 같다.
그러다보니 어느 목사님의 책에 떼어 먹을 것이 따로 있지 십일조를 떼어 먹냐. 깍을 것이 따로 있지 교역자 사례를 깍느냐 하는 글도 생각나니 그것도 충격요법인 모양이다.
충격요법을 사전에 생명에 위험이 없는 범위 안에서란 단서가 붙어 있다. 지나치면 죽는다. 어느 교회서 우리나라 초대 교인 가문의 老장로님을 이웃 교회로 보낸 적이 있었다. 젊은 교역자인 나의 말 한마디에 가신 것이다. 그것은 충격요법이 아니라 살인요법인 셈이다.
그러나 그 장로님은 원래 그 교회가 내 모교회이므로 가야할 때가 되어 간다. 또 그 교회가 나 오도록 밤낮 기도하는데 그 기도의 응답인 것 같다며 조용히 가신 점잖은 어른이다. 지금도 살아계신지, 잠시 후에 천국에서 만나게 되겠지.
교인들의 교역자에 대한 충격요법도 있다.
첫째가 ‘나 다른 교회로 간다’ 는 말이다. 어느 교회를 가도 바로 옆에 큰 교회가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어느 교회, 어느 직분자, 교인도 자주 쉽게 사용하는 충격요법이다. 20년 동안 너무 많이 들어서 면역 항체가 생길 정도이니 이제는 충격요법이 되지 않는 셈이다.
둘째는 ‘좋지 않을 겁니다’ 이다. 이것은 아주 점잖은 말이지만 여운이 남는 강한 충격요법이다. 먼저 것은 자신이 간다는 말이지만 이것은 교역자 를 공모하여 추방하겠다는 위협적인 발언이기 때문이다. 교역자는 세가지 준비 곧 설교할 준비, 이사갈 준비, 죽을 준비는 항상 되어 있어야 한다는 선배들의 말이 있긴 하지만 심히 불쾌한 충격요법이다. 나의 설교와 언행이 오죽하면 그런 말이 나오겠나 생각하고 이해해도 그러니 역시 인간은 약하고 만물보다 거짓되고 간사한 것인가 싶다.
자신이 가거나 교역자를 보내거나 둘 다 교역자로서는 버림 받는 것이니 충격이 되지 않을 수 없다. 버림 받는다는 것은 너무 큰 비극, 불행이니까. 버리는 자들이 미운 것보다 버림 받는 자신이 못나고 밉고 싫은 것이다.
또 하나는 ‘배가 고파 죽겠다’ 는 말이다. 같이 예배 드리고 나오는 어느 집사가 조느라 눈이 벌겋게 되어 있으면서도 ‘아이고 배가 고파 죽겠네’ 하길래 점심 때가 되어서 시장해서 하는 말인 줄 알았더니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고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라 은혜를 못받아 배고파 죽겠다고 설명을 하였다. 싫컨 졸고 무슨 은혜냐 무심히 듣고 넘겼지만 교역자가 된 이후에는 무서운 충격요법의 발언으로 곁에서 너무나 크게 들려온다.
또 한 교회서는 연초 사례를 조금 올려야 하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레 말했더니 당장 하는 말이 사례 많이 주는 데로 가면 될 것 아니냐 하길래 기가 막혀 넘어질 뻔도 하였다. 중이 제 머리 못깍는다고 예산시엔 전도사 시절처럼 다른 당회장이 그리웠다.
그러다가 목사 안될 사람이 목사가 되었고 안 올 목사가 왔다고 까지 나오면 극에 달한 것이다. 나도 그래 생각하고 너도 그래 보이지만 하나님은 달리 보신 모양이다 하며 개가 아무리 짖어도 열차는 달려야 하지 않는가.
또 말없는 충격요법도 있다. 말없는 충격요법이 너무도 내 속에 깊게 심어 준 것은 교역자는 반드시 개척교회를 세워야 하고, 박사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할 수 없어도 자식이라도 그렇게 길러야겠다고 생각했지만 세상 만사 마음대로 되는 쉬운 게 아닌가 보다.
늙어가며 기억도 사라져 가는 것인데 기억이 오래 남아 있다는 것은 무슨 요법이든지 고마운 일이다. 다만 나의 사랑없는 강퍅한 말들이 내 교인 생활 20년 동안 목회하신 교역자님들의 기억 속에 충격요법으로 살아 있다면 진짜 큰 일이다. 삼가 용서를 빌 뿐이다.
또 20년 동안에 교역자로서 사랑없고 무책임한 말들이 이 교회, 저 교회 교인들의 기억 속에 말씀 대신 남아 있다면 이것도 진짜 큰 일이다. 역시 용서를 빌 뿐이다. 가슴을 찌르듯이 내뱉은 충격요법이 어찌 용서하라는 말 한 마디로 해결될까마는 그래도 빌어 본다.
안산 이재순목사님이 소천되시기 얼마 전 동역자들과 함께 문병간 적이 있다. 목사님은 나의 모교회 창북교회가 설립되어 첫 교역자 신숙자 전도사님이 부임하시기전 교역자 없는 동안 개명교회에서 격주로 우리 교회에서 설교를 하시고 지도를 하신 분이시니 어찌보면 첫 목자이기도 하였다.
그러나 40년이 지나는 동안 더러 충격요법의 말들을 한 것을 잊을 수 없었다. 그래서 마지막 가시는 목사님 뵈올 면목이 없었으나 용기를 내어 찾아 뵈었다.
집에서 나서면서부터 뵈올 때까지 무슨 말씀을 드려야 할건가 생각하다가 내린 결론이 ‘무례하였음을 용서해 주시기 바랍니다’ 였다.
그대로 말씀 드렸더니 “어른들이 젊은 이들에게 무례한 것이 더 많지 뭐 -” 하시고 웃으시던 것이 넓은 아량과 용서인 줄 알고 너무도 가벼운 마음으로 돌아온 기억이 난다. 책망하실 때는 정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으나 지난 후에 뒷 말이 없는 깨끗한 어른이라 좋았었다.
천국에서 더욱 웃으시는 얼굴로 뵈옵기를 바라며 유족들과 교회에 하나님의 사랑과 은총이 충만하기를 감히 빌어 본다. 이렇게 사죄해야 할 선배, 동역자, 교인은 더 있는 줄 잘 알고 있다. 좋은 기회가 올 것을 믿는다.
교역자도, 교인도 충격요법이 필요하긴 해도 보다는 일반적, 보편적, 상식적인 방법에 성령이 함께 하셔서 원리대로, 순리대로 만사 형통한 것이 더욱 은혜로운 방법이 아닐가 싶다.
교인 시절에 교인 노릇 바로 못하고, 교역자 시절에 교역자 노릇 바로 못하는 것이 주님 앞에 황송하고 모든 교인 앞에 부끄러울 뿐이다. 부끄러움 없는 세상이 그립고 그립다.
사랑은 무례히 행치 아니하고 악한 것을 생각치 아니하고 진리와 함께 기뻐하는 것인데 !
나로 인해 한 사람이라도 구원 받고 행복해야 그날에 서로 영광, 자랑, 기쁨, 면류관이 될텐데. 할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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